출처 http://www.cyworld.com/ikinye98/2962108
캐나다의 도시 농업 옅보기
캐나다 밴쿠버 시내 한 복판에서 만난 한 도시 텃밭의 풍경
반두슨 식물원 Vandusen garden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바지런을 떨며 밴쿠버 시내의 유명한 정원 세개를 둘러보고 숙소로 가는 길이라 조금 고단했지만
뿌듯한 기분에 흐믓한 표정으로 버스 밖 풍경을 보는데 빌딩 숲 한가운데 왠 도시 텃밭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허걱!
다운타운 한가운데 도시 농장의 풍경이 생소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바로 버스를 벨을 누르고 내렸습니다.
재개발이 한창인 빌딩 숲. 그 한가운데 개발이 예정된 공터에 마련된 작은 도시 텃밭.
이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다름이 아닌 밴쿠버 시민들.
한두평 남짓 작은 땅을 분양받아 작은 텃밭정원을 반들고 있는 200여 세대 도시 농부들.
그 중에는 주변 아파트에 사는 시민들도 있고
마치 여행객인 나처럼 이 근처를 지나다가 이 농장을 우연히 보고는 참가하게 된 사람도 있다고.
실례 무릎스고 들어가본 그 농장 안에는 정말 놀랍도록 아름답운 작은 텃밭 정원들을 가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형 주말 농장이 많이 있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꾸민 경우들이 과연있던가 싶습니다.
이건 텃밭이 아니라 확실히 '작품!'이라고 불러주고 싶어지는 그런.
여행을 즐기는 방법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유명한 여행지 다 놔두고
나처럼 그 동네 뒷골목이나 시장 통같은데 가서 닭꼬치나 싸구려 음식 같은 것 사먹는 것 좋아하는 분들. ^^;;
이렇게 계획에도 없던 곳에서 갑자기 멈춰서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을 슬쩍 옅보고 오는 것 좋아하는 분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도시 농장을 보시면 바로 버스 하차 버튼을! 삑~! ^^
그럼 밴쿠버 시민 가드너들이 가꾸어 놓은 작은 우주들을 사진으로 만나보실까요.
(참고로 이 농장은 앤더스 스트릿 쪽 Antherson st.에서 세이무어 스트릿 Seymour st.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그랜빌 브릿지 Granville bridge를 건너자 마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빌딩 숲과 고가도로에 둘러싸인 밴쿠버 도심 한가운에 있는 작은 도시 농장.
세상에 이런 곳이! 하면서 반가운 마음에 버스를 급정차시키고 오~ 유레카~!를 외치며 달려와 봤습니다.
농장을 둘러친 나무 울타리의 깔끔함.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와보니 흙상자로 구획이 잘 지어진 밭들이 보입니다.
일하기 좋게 널찍하게 마련된 이동 공간.
이미 수확을 마친 밭들도 보이고 늦가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한참 농사를 짓고 있는 밭들도 보입니다.
나무 울타리 하나를 두고 밖은 차가 씽씽 달리는 다운타운이지만
안은 작은 우주가 펼쳐집니다.
텃밭이라기 보다 작은 정원
우리나라에도 웰빙이다 뭐다 하여 도시형 주말 농장이 많이 보급되고 있잖아요.
그 농장들에도 꽃을 심어서 화단을 만드는 경우들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드문 것 같습니다.
대개는 푸성귀를 직접 길러먹기 위한 작은 밭으로 이용하지요.
그런데 이곳의 텃밭들을 텃밭이라기 보다 작은 화단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채소도 많이 심지만 그것 만큼이나 다양한 꽃들과 관상용 식물들을 심어서 작은 정원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알록달록 어찌나 아름답고 기발하던지.
하루 종일 둘러보고 온 밴쿠버 시내의 유명한 정원들의 화려함이 무색해질 정도. ^^
하나 하나 다 보면 재밌겠지만 지면 관계 상 가장 인상깊었던 텃밭 세개를 보기로 합니다.
'내 맘대로, 아름다운 텃밭 정원 선발 대회' 그 입상작들을 소개합니다! ㅎ
자~ 엔트리 넘버 원. 116동 텃밭입니다.
이건 텃밭이라기보다 작은 밀림에 가깝습니다. 색감도 아주 좋고.
참가자 인사.
'안냐세요~ 116동 도시농부에요~ 예쁘게 봐주세요~ ㅎ'
사이사이에 상추와 배추 쑥갓 같은 잎 채소들이 보이지요.
화단만 보이고 채소들이 안보이신다면 아직 초보 도시 농부! ㅎ
자 눈을 크게 뜨고 한번 보시면
잎채소들의 녹색 잎과 메리골드 등의 주황색 꽃이 아주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이뤘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거에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 텃밭의 아름다움은!!
허리를 낮출 줄 알 때 볼 수 있어요. ㅎ
바로 이것입니다.
아마도 콜리 종류로 보이는데 저 짙은 녹색 잎이 키가 크게 우거져서 마치 야자수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요.
그렇게 늘어진 잎의 그늘 아래로 돌을 깔아 길을 내주고
그 옆으로는 꽃들을 심어주었습니다.
뒤의 아파트 배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의 연출.
그 기발함에 이 116동 밭의 도시농부에게 은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짝!짝!짝! ㅎ
자 다음은 엔트리 넘버 투, 120동 텃밭입니다.
이 텃밭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검은 흙과 마른 나무를 이용한 연출입니다.
특별히 어디선가 공수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유기물이 많아 보이는 검은 흙은 그 자체로 아주 좋은 캠퍼스.
그 위에 잘 마른 나무의 밝은색감은 검은 흙과 선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그 나무에 난 옹이의 둥근 홈을 그대로 사용하여 그 자리에 가을 꽃 가우라를 심었습니다.
가늘게 늘어진 옅은 분홍빛 가우라꽃.
마치 새가 날아가는 것 같지 않나요.
그 앞으로는 파란 수레국화 한포기.
아.. 이 여백의 미!
그 옆으로 잎이 참 아름다운 다육식물을 심어 공간을 차지하게 했습니다.
잎이 참 아름다워 마치 꽃 같은.
그 뒤로는 부추로 보이는 녀석의 가는 잎이 시원하게 난을 치고.
이건 뭐.. 텃밭이라기 보다 한편의 동양화 같지 않습니까. ^^
그래서 영예의 금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대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데 한가지 부족한 점이 있거든요. 그게 뭐냐면,
여백의 미를 제대로 살린 이 텃밭은 아름답기로는 최곤데
채소를 생산해야하는 텃밭으로써의 기능성!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내 멋대로 심사위원장의 심사평 때문입니다.
아~ 그렇군요. 아름다움과 실용성.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했군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여백의 미도 좋은데 비워도 너무 비웠다...ㅎ
자 그럼 영예의 대상은... 두구두구두구둥!!! ㅎ
바로 이 텃밭입니다.
어떠세요 맘에 드세요?
그럼, 110동 도시 농부의 수상 소감을 듣겠습니다.
'여러분, 아름다운 밤~, 아니 밭이에요.~'
부채살 처럼 잘 갈라지는 아름다운 잎을 가진 당근을 모아 심으니 꼭 대나무 숲 같지 않나요?
그 앞으로는 알록달록 자갈들을 심어 수로를 만든 연출도 깔끔하고.
늦가을 새로 파종한 새순들이 올라온 모양도 예쁘고.
알록달록한 잎채소들.
이렇게 색을 연출을 하니 꽃을 사용하지 않아도 참 아름답지요.
토마토도 탐스럽게 영글고.
이렇게 밭을 만드니 보기에도 좋고 올 때마다 수확해가는 채소들도 있고.
훌륭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름다움과 실용성 두마리 토끼를 잡은 110동 농부에게
'내 멋대로' 영예의 대상을 주기로했습니다. ㅎㅎㅎ..
짝!짝!짝!
실은 이외에도 어찌나 아름다운 밭들이 많은지...
밴쿠버 시민들이 정원을 그렇게 많이 많들고 자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식물을 기르고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어련하겠습니까.
사람 사는 내음 느껴지는 텃밭에서
어디를 가든 농부들 인심은 같은가 봅니다.
쑥쑥 잘 자라준 자식 새끼같은 농작물들을 보면 꼭 나눠주고 싶어지는 가봅니다.
썬글라스를 쓴 멋진 젊은 도시 농부가 오이를 뚝 따서 제게 줍니다.
'Thanks friend, hah. 고맙데이~' ^^
이 밭 주인 9월 31일까지 어디 가는 가봅니다.
그 때까지 물 좀 대신 줘달라네요. ㅎ
이 집도요.
이렇게 부탁하는데 안줄 수가 없겠지요. ㅎ
'Please stop stealing my veggies! 내 채소 좀 그만 훔쳐가라 응?'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넨가 봅니다.
남이 애써 키워놓은 것은 훔쳐가는 사람이 있는가 보네요. ㅎ
아이스크림 막대기 같은 걸로 만들어놓은 식물 이름표.
이 집은 아들 녀석 자랑을 그렇게 하고 싶었는가봅니다.
잘 생겼네요. ㅎ
밭주인 아주머니 하시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꽃보다 내 새끼'라고. ^^
Community park and garden 공동체 공원과 정원
이쯤 되면 이 텃밭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가 궁금해집니다.
자기 텃밭을 보러 산책 나온 게리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텃밭은 재개발 예정 중인 공터를 활용해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공터를 그냥 두게되면 세금이 엄청 많이 나오는데
이렇게 공원이나 정원으로 활용하면 녹지로 분류가 되어 세금이 엄청나게 줄어든데요.
그래서 고안된 아이디어가 이렇게 공터에 텃밭은 만드는 것.
그럼 땅 주인은 세금을 적게 물어서 좋고 시민들은 적은 연회비로도 자신의 정원을 가꿀 수 있어 좋다고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닙니까!
이 땅은 내년이면 제 건축에 들어가서 올 해까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네요.
두 해동안 정성들여 가꾼 자신의 정원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게리 할아버지를 위해
내년에도 밴쿠버 시내 한켠에 또 이런 공동체 텃밭이 생기기를 바래봅니다.
농장 운영을 지원하는 건축회사. ONNI
건축회사에서 이런 일을 지원하는 것도 참 특이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고층 빌딩에서 내려다본 농장의 모습.
농장 옆 공터에서는 이렇게 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하튼 밴쿠버 다운타운의 높은 빌딩숲과 시민들 사이의 작은 공터.
그 경계에 꽃이 피었습니다. ^^
'도시농업 현장 > 도시농업 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쿠바의 지렁이 농법 관련 사진과 부분 발췌한 글 모음 (0) | 2009.11.19 |
---|---|
[스크랩] 쿠바의 오가노포니코(발췌글) (0) | 2009.11.19 |
[스크랩] 미국/영국에 텃밭 가꾸기 열풍 (0) | 2009.11.18 |
[스크랩] "먹을거리마저 위협받아서야 되나요?" (0) | 2009.11.18 |
자연 중심의 유기농텃밭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0) | 2009.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