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생태 이야기/밥상& 건강한 삶

흙의 맛과 영양 그리고 먹을거리

치유삶 2011. 11. 11. 10:23

흙의 맛과 영양을 담아내지 못하는 먹을거리와 음식

Ofica    

 

나는 농부다.

아버지도 농부였고, 아버지의 아버지도 농부였다.

누가 농부를 하라고 해서 농부가 된 것도 아니고 스스로 농부가 된 것이 21살, 어느덧 30년이 지나 이제 50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가는 나이가 되었다.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몇 이나 되느냐고 정말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따라 몸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아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21살 농부가 되어 몇 년 차에 겪었던 일이 아직도 잊지 못하고 죽기 전까지 잊지 못할 일로 그때에 감당하기도 어려운 슬픔과 괴로움, 좌절의 아픔이 이었다.

그 슬픔과 괴로움은 감당을 못하여 어느 새벽에 시작한 유랑은 농사에서 죄절이었고 지금을 지탱하는 것도 그때의 농사다. 그때에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는 생각이 하루 중에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대부분을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하여 방법을 찾는 데에 쏟았고 지금도 그 생각에 살아간다.

 

그때의 아픔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묻는다면 이유는 간결하게 농사다.

20대, 30대를 보내며 대안적인 방법을 찾는 생각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그때에 기계 밭갈이와 비료살포, 농약을 하며 농작물과 농부인 나만 존재하고 나머지 모든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던 농사에서 아픔과 좌절을 보았던 그때의 농사의 대안 방법을 찾아 이제는 나름 데로의 농사를 짓을 수 있게 되었다.

씨앗과 토양만 있으면 농사를 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그동안 수집한 토종 씨앗을 가지고 농기계나 비료, 농약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죽이지도 않고 흙을 살리는 농사를 짓을 수 있게 되었다. 기계와 석유에 의존 없이 곤충과 벌레까지 작물과 공생하는 선조의 농사에서 부족한 생산과 토양으로 양분을 돌리는 방법을 상당수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기계나 공장, 석유에 의존 없이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농업의 농사 기법은 사라지고 지금의 농업은 석유와 비료공장,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면 농사를 짓지 못한다.

농사가 기계와 석유에 의존하면서 농부의 생각이나 몸에 따라 하는 일이 아닌 기계와 프로그램에 따라 행하는 기계적인 생산의 공장으로 변하면서 농산물 역시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이나 영양은 무시된 체 생산된 농산물과 갖가지 이름도 생소한 맛의 향신료에 묻히어 그저 음식에 한 재료일 뿐 농산물이 가진 고유한 맛과 영양은 음식으로까지 상실되었다.

사람이 필요한 양분을 공급하는 농산물이 가진 맛과 향, 영양을 조리 과정에 온전히 담아낸 음식으로 완성을 해주는 요리사나 주부가 몇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음식에 허브와 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삶거나 조리하는 과정에 재료의 고유한 맛과 향은 무시되어 향신료의 맛의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음식과 별반 다르지 않게 농산물 생산도 맛과 영양을 담아내는 흙보다는 비료로 키우는 농사가 자리하면서 농산물의 고유한 맛과 향도 공장비료에 의하여 찾기가 어렵다.

 

 

음식의 재료인 농산물의 맛과 향, 영양을 담아내는 요리가 없어지면서 요리나 음식관련 사람들도 꼭 같이 흙의 맛과 향, 영양을 담은 농산물을 찾지 않으면서 흙을 살리는 농사보다는 빨리 키우고, 크게 키우면서 보기 좋고 싱싱하게 보이는 비료 양분의 기법적인 농사로만 성장하고 있다.

고유한 맛과 향, 영양이 있는 농산물을 키워내는 농부가 없는 데에 그 맛과 향을 찾는 요리사와 주부가 없는 것은 당연한지 모른다.

요리나 음식을 하는 사람들이 기본 재료인 농산물이 생산하는 과정은 다 몰라도 농사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농사와 음식의 기초는 배우고 요리나 음식을 하는 기본은 가춰야 한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것과 같이 '맛과 향의 농산물 재료를 찾는 요리사가 먼저냐!' '맛과 향을 길러 내는 농부가 먼저냐!' 하는 논쟁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슬픈 일이다.

농부가 먼저일까, 아니면 요리사가 먼저일까.

임금님이 먹던 반상을 밥상이라 소개하여도, 쌀의 맛도, 밥의 맛도, 채소의 맛과 향도 몰라도 요리 전문가라 하는 데에 어찌하랴. (전편 참고)

 

분명한 것은 흙이 먼저라는 것은 당연하다.

흙의 맛과 향을 담아낸 농산물은 농부가 키워내 지을 못하면 요리를 하고 음식을 하는 자가 먼저 맛과 향의 농산물을 요구하면 그 맛은 얼마든지 생산할 수가 있게 된다.

요리사가! 소비자가! 요구하고, 또 요구한다면 분명히 오래전의 그 맛과 향의 농산물을 어디에서나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매실로, 약초로, 요리하여 건강한 음식이라고 하는 어리석음은 이제 그만이었으면 한다.

기본과 근본은 기법적인 기교로 절대 감추어지지 않는다. 언제인가 기본과 근본으로 회개하기 때문이다.

벌거벗은공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