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유기농 작물과 현장

[스크랩] 스스로 선택한 가난으로 기품있는 풍요 (박기호/한겨레)

치유삶 2008. 8. 10. 17:58

스스로 선택한 가난으로 기품있는 풍요 등록자 :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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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 글방/박기호 신부] 일본 공동체마을

 

소박한 채식…미학 깃든 생활 장식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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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다 내어놓고 공유하며 사는 고노하나 패밀리

 

일본의 영산이라고 불리는 후지산 주변에 '고노하나 패밀리' 라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고노·하나(木·花)' 란 후지산(富土山)의 산신(山神) 이름이라 합니다.  15년 전, 한 젊은 건축가가 영적 체험을 얻은 후 자기 재산을 털어 마을 생활을 시작하였는데, 현재는 51명의 가족이 대단위 벼농사와 밭농사 양계 양봉 야채가게, 도시락 사업 등으로 생활합니다. 전직 교사가 3명, 컴퓨터 프로그램 사업으로 성공했던 청년, 연변의 조선족 아가씨, 우울증으로 왔다가 치유 받고 눌러 살고 있는 가톨릭 신자 청년, 생명의 노래로 유명한 언더그라운드 가수 등 다양한 출신의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특별히 40대 부부와 30대 독신자들이 많았습니다. 가진 것을 내어놓고 공유하면서 살아오던 직업을 버리고 농업 노동으로 살아갑니다. 

 

종교 생활은 자유이지만 저녁 식사 때 보니 모두 음식에 대한 감사기도를 잊지 않았습니다. '산 위의 마을' 을 소개했더니 지금까지의 방문자 가운데 가장 자신들의 삶과 가까운 공동체 사람들이 왔다고 좋아했습니다. 우리를 위한 환영 콘서트를 마련했다더니 밥상을 물리고 나자 방 한 쪽에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낮에 모자를 둘러쓰고 밭에서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이 올겐, 기타, 베이스 기타까지 제법 구색이 갖춰진 몇 가지 악기들을 들고 나와 멋진 연주와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모두 직접 만든 노래들인데 자신들의 영성과 철학에 대한 믿음을 가사로 만들어 곡을 붙인 것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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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들이 연대해 협력과 친교 나누는 와꾸와꾸  

 

역시 후지산과 멀지 않은 고원지대 오지에 '와꾸와꾸 공동체'가 있습니다. 1988년 한 교수가 생명 페스티벌을 열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여러 사람들이 이곳으로 귀농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공동생활 마을은 아니고, 차량 이동시간 약 20분 이내의 지역 공동체입니다. 40여 세대의 귀농인들이 서로 협력과 친교를 나누는 연대 생활입니다. 충남 홍성의 풀무생협 주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연극, 음악 등 예술인들이 많아서 자체적으로 음악회, 공연을 열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일본 평화헌법 개악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도쿄까지 도보행진으로 9일 동안 걸어갔다고 합니다.

 

가족 중의 일부가 가까운 도시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반농인(半農人: 半農半人) 이라 규정합니다. '반농반인' 란, 완전한 전업농은 못되고 약간의 땅에 유기농업을 하면서 실제적 가계 수입은 다른 직업에서 얻는다는 뜻입니다. 집집마다 자연농법의 텃밭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공동 모내기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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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아갔던 집은 도쿄대 출신으로 연극을 전공한 여자 분인데 남편과 아토피가 심한 두 아이를 데리고 5년 전 귀농한 가톨릭 신자입니다. 자신과 친분이 깊은 주교님을 포함해서 4명의 손님이 찾아갔는데도 가까운 구멍가게의 식품 한 가지도 사오지 않고 오직 텃밭의 야채만으로 지극히 간소하게 세 끼 식사를 내어 놓았습니다. 먹다 남은 오렌지(누군가는 오륀지 라던가?) 알맹이는 푸딩을 만들어 방문하는 목수 집에 선물로 가져갔고, 그 껍질은 잘게 썰어서 끓인 다음 설탕에 재워 아이들 간식을 만들었습니다. 모내기에 참석하러 가면서 주먹밥 같은 점심을 만들었는데, 그곳에 도착해 보니 다른 가족들도 그렇게 주먹밥과 보리차를 내어 놓았습니다.  

 

너무나도 소박한 그네들의 식사를 보면서 잠시 그렇게 '손님이 왔다' '모내기를 한다' 할 경우의 우리들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삼겹살 연기, 술, 탄산 음료수, 여러 밑반찬, 남아서 처치 곤란한 음식 쓰레기….  

 

광우병과 촛불시위 계기로 육식문화 성찰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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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한 두 공동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동체가 가지는 생활양식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모두 경계심이나 긴장감이 없는 선하고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저의 주관적인 시각이 아닙니다. 둘째는 소박하면서도 미학을 생활화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서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공작, 장식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폐품을 활용한 것들입니다. 셋째 자연 생명의 농업을 하는 것이고, 넷째는 채식을 중심으로 육식을 안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처럼 과도한 육식과 외식의 문제는 모든 지성이 함께 성찰해 보아야 할 내용입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서울 시청 앞 광화문 거리에서는 검역 주권 확보를 위한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광우병, 촛불 시위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지성인들은 반드시 우리 시대의 육식문화에 대한 성찰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인 가난으로 소박하게 사는 공동체 사람들이 더욱 기품 있고 풍요롭게 보였습니다.  (200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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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나무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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