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공화국 소식

[스크랩] 아이쿱(iCOOP)생협 연합회 웹진 기고 내용입니다(원고는 살아가는 이야기 27 참고)

치유삶 2008. 11. 28. 21:37

내 몸을 살리고, 아픔을 이겨내고 싶어 젊은 나이에 무작정 제주도를 떠나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몇 해를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인연이 닿아 생명력 있는 농사꾼으로 다시 거듭나도록 많은 가르침을 받게 되었지요. 그때 이후 지금까지 몸은 더 고달프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지혜를 배우며, 지난 아픔을 계기로 자연 순환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조화롭게, 자연의 일부로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생명력 있는 흙에서 삶이 이어진다는 선생님들의 큰 삶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은 것이지요.

제주도에서 자연 순환 농법을 지향하는 농장 <벌거벗은 공화국>은 1990년 1월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장 이름에서 "벌거벗은"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지구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가 공존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살자는 뜻이, "공화국"에는 세상이 전부 바뀌어도 이곳은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스물여덟 나이에 처음 꿈을 갖고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날 아픔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 이야기를 들으며 ‘20년 후에 내가 서 있는 이 땅에서 그 꿈을 이루리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벌거 벗은 공화국>의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조화로운 삶이 무엇인지 정답을 드리진 못하지만, 18년 전 생각은 생명력 있는 흙에서 의식주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명력 있는 흙에서 얻은 올바른 먹을거리를, 올바르게 조리해서 올바르게 먹으면 건강한 삶으로 이어져 마음이 안정되고 내 몸이 평화로 이어지리라 여겼습니다. 나아가 가정, 지역, 나라가 안정되고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요. 흙과 나무로 된 집[주]에서 어두워지면 자는 것, 자연의 옷(햇빛, 바람, 물, 목욕)과 편한 소재로 된 옷[의], 생명력 있는 흙에서 난 농산물과 자연의 맛으로 조리하고 꼭꼭 씹어 먹는 방법[식]. 이 세 가지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유정란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일반 가정이든 친환경 먹을거리를 찾는 가정이든 고단백 영양분으로 식탁에 가장 손쉽게 올리는 것이 유정란이지요. 작년에 이어 올 봄 전국을 휩쓸고 지난 후 올 가을이 시작될 쯤 또 다시 발생한 AI(조류 인플루엔자). 저병원성이라 안심하긴 하였지만 안전한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주부들은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입니다. AI가 발생되면 농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사람 출입을 막고 소독제를 살포하고 먹이에 영양제를 보충하는 정도이지요. 또 무료로 나누어 주는 소독약을 뿌려 농장 주변에 어떠한 미생물도 근접 못하도록 합니다.

법적으로 24종류의 항생제 사용이 허용되는데 이 가운데 14가지 항생제 잔류량을 검사하여 무항생제와 유기농 축산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가축을 키울 때 항생제 사용을 하지 않고 사육이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가축 시설, 먹이, 환경, 농장주의 철학 등을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는 눈높이가 필요합니다. 작년 한 해 가축에 투여한 항생제 사용량이 1,300톤에 이르고, 가축 시설과 예방으로 사용한 소독제 사용을 합하면 해마다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 AI가 발생하면 살포되는 양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2007년 KBS TV <환경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동물 복지와 관련하여 제2편 "닭 산란 공장" 편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 30×30cm의 닭장에 두세 마리 닭을 사육하는 비환경적인 사육과 그 대안으로 벌거벗은 공화국 사육 환경을 20여 분 동안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한 달여간 일을 못 할 정도로 많은 분들에게 격려를 받고, 닭 사육과 순환 농사에 대한 교류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지요.

닭과 같이 살아가는 저는 주부님들보다 더 놀라고 걱정을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토착화됐다고 하는 AI로부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몇 년간 고민해 왔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나름대로 만든 지침서에 따라 실행하고 있습니다. 햇빛과 바람이 드는 자연 사육 시설과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날마다 달라지는 환경에 맞게 장기, 단기적인 예측을 하여 사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키웁니다. 경제적인 양계 규모를 맞추기 위하여 한때 2,000수까지 이르던것을 1,500수로, 1,000수 이하로 규모를 줄이는 일이 AI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 보고 있습니다. 햇빛, 바람, 물, 바닥 흙에 토착 미생물이 활성화되어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환경을 만들고, 청초와 같은 자연 먹을거리를 365일 내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살기 좋은 환경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항생제 사용과 더 강해지는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더욱 강해지는 변형 미생물들과의 싸움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먼저 시작했으므로 끝도 사람이 해야겠지요. 햇빛과 바람과 물의 자연 순환이 이루어지도록 인위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다양한 미생물이 유입되도록 하는 데서 문제 해결이 시작되겠지요. 자연의 생명들을 통하여 가르침을 받고 배우며 어리석었던 지난날을 생각해 봅니다.

벌레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든 친환경 천연식물 살충제를 사용하든 생명을 죽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욕심과 탐욕이 없다면 누구라도 쉽게 벌레를 해결하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자연 순환의 사슬을 그대로 놔두는 것입니다. 농산물(유기물)을 생산하면 지역 소비자들이 소비를 하고, 소비자들이 생산한 유기물(쓰레기, 가정과 시장, 농촌과 농가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지역의 흙으로 돌려 작물의 영양원으로 순환시키자는겁니다. 기계도, 석유 자원도 없이 가능했던 오래전 전통 농업으로 가족의 자가 노동력을 이용한 가족농업이 자연 순환 농사라 할 수 있겠지요. 도시 유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이 아직까지 한계라 하지만 흙에서 왔으므로 흙으로 돌려주는 자연 순환의 법칙을 따르는 실천을 한다면, 자원 활용과 미래 농업 대안으로 자원 고갈의 한계 극복이 가능하다는 희망 메시지를 전합니다.

밭갈이 없이 벌레를 키우고, 풀을 키우면서 자연 생명력의 흙에서 먹을거리를 얻는 농사가 상당한 성과를 얻었으며, 일반적인 100% 수입 사료에서 100% 지역 자가 사료로 수입 사료 없이 돼지를 키워 고기를 얻는 대안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이 사람의 생명을 키우고, 가축을 키우고, 작물을 키웁니다.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만, 농부는 생명을 키우고 병이 생기지 않도록 키웁니다. 그러므로 내 가정 주치의를 농부로 둔다면 미래에 내 예쁜 아들딸과 손자, 손녀들이 먹을거리가 없어 굶어 죽는 일을 막을 수 있고, 이슬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를 유산으로 남겨 줄 수가 있습니다. 지금의 위생학과 청결학은 현대 과학이 만들어 낸 난센스 위생 가설의 학문이 아닐는지요.

지금 여러분들이 가진 것이나 사용하는 것 중에 0.01%만 농부를 찾고, 농부와 교류하는 데에 사용하십시오. 더 늦기 전에. 생명력 있는 흙에서 생명력 있는 먹을거리를 얻고 생명력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농부가 전해 봅니다.

출처 : 벌거벗은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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